지난해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국민건강보험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지원한 금액이 8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해당 공단들은 또 다른 ‘그림자 국가부채’인 공적연금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10일 공무원연금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급속한 고령화와 수입 지출 불균형으로 인해 2개 공적연금과 건강보험의 정부 지원금이 2008년 6조4565억 원에서 지난해 7조6537억 원으로 18.5% 늘었다. 올해 지원금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7조5438억 원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연금 적자에 대한 정부보전액은 작년 1조9028억 원으로 2008년(1조4294억 원)보다 33.1% 늘었다. 공단 측은 정부보전액이 2011년 1조8000억 원, 2015년 3조8000억 원, 2019년 6조4000억 원으로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난해 9409억 원 적자를 냈던 군인연금은 올해 적자규모가 1조566억 원으로 처음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963년 발족한 군인연금은 1973년부터 적자를 냈다.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정부 지원액(담배부담금 포함)은 작년에 4조8100억 원으로 전년(4조779억 원)보다 17.9% 늘었다. 올해 지원액은 4조8000억 원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공단의 당기적자는 올해 1조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2008년 도입한 노인장기요양보험도 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일 내놓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2040년 보험의 급여지출은 최대 58조 원으로 추정되지만 제도의 틀이 아직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이다.
국방부는 군인연금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매달 월급에서 5.5%를 떼는 연금기여금을 올해 6.3%, 내년 6.7%에 이어 2012년에는 7.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특히 33년간 근무하는 군인까지만 연금기여금을 내도록 한 현행 제도를 고쳐 34년차 이상의 군인도 기여금을 내는 방안을 관련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도 9일 비상경영 선포식을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내년도 건보료를 9.1% 인상해야 내년 적자를 3809억 원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인이 부담하는 돈은 적고, 수혜자는 갈수록 늘어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공적연금의 적자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공적연금이나 국민건강보험의 적자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며 “개인이 부담금을 더 늘리거나 미래 수혜자에게 돌아갈 몫을 줄이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출처 : 동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