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지 USA투데이가 16일(현지시간) 미국의 노인들이 멕시코 행 러시를 이루고 있다고 주요기사로 보도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노인들이 멕시코에 가는 것은 ‘너싱홈(Nursing Home)’으로 불리는 고급양로원 때문이다.
너싱홈은 장기 가료를 제공하는 의료시설로 주로 노인들이 입원하고 있다. 일반 너싱홈의 경우 보험과 경제형편 등 자격을 갖춘 노인들이 무료로 입원할 수 있지만 고급 너싱홈의 경우 월 4000~5000달러의 비싼 돈을 내야 한다.
미국의 노인들이 최근 멕시코에 몰리는 것은 이런 고급 너싱홈 비용이 미국에 비해 4분의 1에 불과한데다 기후가 좋은 탓이다. 의료진을 비롯한 직원들 대부분이 영어를 구사해 생활에 불편도 없다.
진 더글라스(74)씨는 오리건주 벤돈에서 4년전까지 혼자 살다가 건강문제로 더이상 지내기가 어려워지자 너싱홈을 알아봤지만 너무 비싼 가격에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인터넷을 통해 다른 곳을 찾다가 멕시코의 한 너싱홈을 알게 됐다. 가격은 미국의 25% 수준인 월 1,300달러. 독실 한개와 세끼식사, 24시간 의료 서비스가 모두 포함된 것이었다.
매일 아침 그는 너싱홈 근처의 호수를 산책한다. 평균 기온은 섭씨 24도. “여기가 바로 천국이에요. 미국이라면 그 돈으로 어떻게 이런 곳에 있겠어요.”
현재 멕시코에서 사는 미국 노인들은 4만명에서 8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차팔라 지역의 산미겔 같은 곳의 너싱홈에는 미국 노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멕시코는 50년대 베이비 붐 세대들이 노년층으로 접어들면서 값싼 비용과 온화한 기후의 강점을 갖는 멕시코의 너싱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너싱홈만이 아니라 집에서 살면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프로그램도 있다. 리처드 슬레이터(65)씨는 멕시코식 원두막에서 개 두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그의 원두막은 응접실과 침실 부엌 욕실 등이 있고 24시간 의료서비스와 3끼 식사도 제공받는다. 그런데 월세는 불과 550달러. 그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살때보다 10분의 1도 안된다.
또 추가로 140달러만 내면 멕시코 정부가 제공하는 모든 종류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노인들처럼 그는 위성TV를 통해 미국 드라마와 뉴스 등을 시청한다. 다운타운에 나가고 싶으면 택시를 부르면 된다. 30마일 떨어진 인구 300만명의 과달라하라시에 가는 비용이 고작 2~3 달러이다.
뉴욕출신인 해리 키슬레비츠(78)씨는 뇌졸중으로 한번 쓰러진 2년전 이곳에 왔다. 호숫가의 요양시설에서 사는 그는 “날아다니는 새를 보고 맑은 공기를 맡으면 정말 달콤해요. 사는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