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차연 기자]
보살핌을 받아야 할 할머니가 일에 시달리는 충격적인 사연이 공개됐다.
3월 1일 방송된 SBS 긴급출동 SOS24(진행 김일중 아나운서) 어느 할머니의 노년 편에서는 노인요양소에 입소했지만 쉬지 못하고 노동을 착취당하는 김 모(77) 할머니를 도와달라는 제보를 파헤쳤다.
놀랍게도 제작진이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찾은 곳은 바로 노인복지시설이었다. 한 눈에도 깔끔해 보이는 시설이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입소자 명단에 있으면서도 굽은 허리로 연신 다른 노인 입소자들에게 밥을 날라 주고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입소자들의 방까지 일일이 돌아다니며 식판을 나르던 할머니는 일을 다 마치고 나서야 자신의 식판 하나를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밥을 먹기 위해서 할머니가 찾은 곳은 입소자들의 방 한 구석 맨 바닥이었다.
입소자 신분이면서 제대로 된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 할머니는 움직이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기저귀까지 갈며 수발을 들고 있었다. 제작진이 요양원 직원들에게 "왜 할머니가 일을 하느냐"고 묻자 "좋아서 하시는 일" "영감이라 생각하시고 보살피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할머니의 말은 달랐다. "원장이 시켰다"는 것. 알고보니 할머니의 통장도 원장이 뺏어간 상태였고, 시청자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시설 측은 "할머니가 좋아해 하는 일"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요양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로부터 "원측에서 요양대상 명수에 할머니를 세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결과 이 할머니는 10여년 전 오갈 데 없을 때 원장을 만나 원장의 시어머니를 보살피다 이 곳에 들어온 사연을 갖고 있었다. 이후 요양원의 입소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놓았지만 원장으로부터 끊임없이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었다.
제작진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솔루션 위원회를 통해 원 측이 할머니 노동을 정당화, 합리화시키려는 측면이 있다 결론짓고 할머니를 요양원에서 모시고 나왔다. 하지만 원장은 할머니를 부여 안고 "가지마 언니"라며 울음을 터뜨려 보는 이들을 의아하게 했다.
할머니는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뒤 심한 노동에 착취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몸 곳곳에 병을 키우고 있었다. 척추를 다친 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퇴행성 변화를 겪고 있고, 장기간 아주 극심한 노동에 시달려 자궁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할머니는 긴급수술 등 당장 필요한 치료를 받은 뒤 "다시는 (요양원으로) 안 간다"고 말해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할머니는 퇴원 후 안전한 노인요양소로 거처를 옮겨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드디어 얼굴에 미소를 되찾게 됐다.
한편 긴급출동SOS24는 해당 요양소에 대한 법적 처벌 가능 소식도 전했다. 해당 기관 관리감독을 담당하고 있는 시청에서 책임문제를 가리기 위해 경찰 측에 노인복지법 위반으로 고발한 것. 시청 측은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고 밝혔다.
방송이 끝난 뒤 시청자 게시판에는 "요양소 이름을 알려달라" "정말 너무 한다" "요양소를 폐쇄시켜야 한다" "저러고도 사회복지사인가" 등 분노에 찬 반응이 이어졌다.
차연 sunshine@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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