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저가의 수발 서비스를 제공해 가정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던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저소득층에는 되레 부담이 되는 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요양보험이 시작되기 전 사회복지단체, 재단 등에서 운영하는 노인시설을 저가 또는 무료로 이용하던 시민들에게 이번 제도가 오히려 경제적인 부담을 더 늘렸기 때문이다.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신모(45)씨는 지역의 노인 주간 보호소를 이용해 치매에 걸린 어머니 김모(77)씨를 모셔왔다. 신씨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면 가계부담이 줄어든다는 소식에 지난 6월 어머니의 노인장애등급을 신청, 시설 이용이 가능한 2등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되기 전 시설 이용료로 월평균 15만원 정도를 내던 신씨는 제도 도입 뒤 6만원이 추가된 21만원을 내야 하며, 4.05% 인상된 건강보험료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신씨는 “시설에 항의했더니 사회단체 등의 지원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말만 돌아왔다”며 “같은 시설을 이용하는 10여명 모두 기존보다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의 도입으로 부담이 늘었다는 이들은 이 시설 이용자들뿐만이 아니다. 현재 국민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에는 제도 도입으로 이전보다 경제적인 부담이 늘었다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전국 노인장기요양보험 시설 1271개소 중 시행이전 사회복지단체에서 운영되던 곳이 600여 곳이며, 그외 개인시설 400여곳, 유료시설 270여곳이다. 약 절반 가량의 시설에서 사회복지단체의 지원이 모두 없어진 셈이다. 반면 고가의 실버타운 등을 이용하면 더 유리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기존의 월 200만~300만원 수준의 고가 시설을 이용할 경우에는 제도 도입 이후 본인부담금 등을 포함해서 약 70만~80만원으로도 가능해진다는 것. 즉 고소득·중산층에게만 도움이 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선우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인보건요양정책팀장은 “사회보험이라는 게 중산층을 위한 제도이지만 저소득층을 우선 안정화시킨 다음, 비교적 여유로운 중산층과 고소득층은 그 다음으로 고려해야 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Copyright ⓒ 문화일보 & munhw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