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시작되는 요양보호사 양성 수업 개강을 준비하던 서울 J 요양보호사교육원 교육담당 조미연(여·40)씨는 당초 11일 시작하려던 수업을 18일로 늦췄다. 정부의 표준교재안이 지난달 30일에서야 나왔기 때문이다. 조씨는 “정부의 표준교재안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강사들이 교재를 연구할 시간이 없어 개강일을 일주일 늦췄다”고 말했다.
◆ 개강 5일 전에야 부실한 교재 내놓은 정부 = 오는 7월부터 노인복지시설에 요양보호사 채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지난 4월 공포됐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 전국 노인복지시설에는 3만4000여명의 요양보호사가 신규로 필요하게 된다. 이에 따라 요양보호사를 양성하기 위한 요양보호사 교육원이 4일부터 전국에서 차례로 문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가 교육 지침을 수시로 바꾸는가 하면 교육 시작 닷새 전에야 표준교재안을 내놓는 등 주먹구구식 준비를 하고 있어 교육자체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요양보호사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4일부터 교육원 수업을 시작하라고 해놓고 교재는 며칠 전에야 내놓았다”며 “교재 검토를 못해 개강을 못하거나 교육을 연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복지부의 교육지침이 지난해 11월부터 세 번이나 바뀌는 바람에 교육원들이 우왕좌왕했다”며 “전국적으로 일관성 있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요양보호사 교육자체가 부실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까지 신고된 109곳의 교육원 중 4일부터 개강하는 곳은 전체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51곳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정부가 내놓은 표준교재안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의 J교육원 원장은 “정부 교재는 내용도 부실하고 피상적이어서 다른 교재를 추가로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껏 정부 교재를 기다려 왔는데 이런 교재를 내놓으면 교재 때문에 수업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 실습교육할 곳도, 강사도 부족해 = 교육에 필수적인 실습 시간(80시간)을 채우기도 힘들 지경이다. 부산의 K교육원 관계자는 “요양보호사 교육의 필수 과정인 실습을 나갈 실습기관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한 요양원에서 수십명씩 실습을 할 수밖에 없을텐데 80시간 실습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서울의 I교육원 관계자는 “실습도 문제지만 수강생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기 위한 강사를 구하는 것도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장진용(49) 상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교재가 이제야 나오는 바람에 교육원에서 강의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로 인해 부실한 수업이 지속될 수 있고 이 경우 능력미달의 수료생이 배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교재는 잘 만들어 보려고 하다 보니까 시일이 걸린 측면이 있다”면서 “교육 지침 역시 여러 건의사항을 받아 보완을 하느라 고쳐진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