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 하나. 보통 최적의 노후 주거지는 ‘공기가 좋은, 조용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은퇴를 하면 전원주택을 한 채 장만하고, 그 아래 텃밭이라도 일구면서 은퇴생활을 하겠노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미 90년대부터 일부 건설사들이 충청, 강원권 등 외곽에 실버타운을 지어 분양해봤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난 게 이를 방증해준다.
최적의 노후 주거지엔 꼭 필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수록 도심 인기가 높아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고령화가 일찍부터 진행된 일본 등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중장년, 노인층 가릴 것 없이 각종 편의시설이 가까이 있어야 생활이 편리해지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
둘째, 의료시설이 가깝고 취미와 여가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고령자들은 스스로 이동하기 힘들다. 차량을 운전하기도 만만치 않다. 결국 지하철 등 교통망이 잘 갖춰진 곳에 주거지가 있어야 한다. 아플 때 병원에 쉽게 갈 수 있고 심심함을 달래기 위한 나들이도 한결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적적할 때마다 친인척 간 교류를 원활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정리해보면 노후생활은 가족·친구·전문 의료시설·문화생활시설 등이 있는 도시와 가까운 곳에서 해야 한다.
물론 건강에 자신 있고 조용하고 쾌적한 곳을 원한다면 귀농을 하거나 지자체의 은퇴마을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병원 등의 편의시설과 빈번한 가족 교류도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에 좀 더 의미를 두는 경우에 그렇다. 물론 이때는 해당 자치구의 기반산업, 재정 자립도 등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김광석 스피드뱅크 실장은 “우리나라는 고령화 진행 속도가 빨라 자칫 사회복지시설 등 건설 계획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며 “도심 외곽의 전원 휴양형 주거지보다는 도심 한복판이나 한 시간 이내 거리의 근교형 입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밝힌다.
셋째, 자신의 재정 상태도 감안해야 한다. 집을 담보로 매달 돈을 연금 형태로 받는 역모기지론 이 도입되면서 집이 ‘노후 보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격 하락 가능성이 적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후생활에 대한 개인적 목적과 생활비를 명확하게 따져봐야 한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 교수는 “앞으로는 경제적 능력에 따라 노후 주거지 형태가 고급형, 일반형, 서민형 등으로 차별화될 것”이라며 “노인들의 필요와 취향에 따라 의료시설, 대중교통, 주거환경 등 우선순위를 놓고 취사선택하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힌다.
이에 따라 최근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한 ‘도심형 실버타운’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실버타운은 대중교통수단 이용이 가능하고 공기 등 주변 환경이 쾌적하며, 24시간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이다. 자신의 성향에 따라 전원형, 도시근교형, 도심형 등 지리적인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외곽보다 도심형 실버타운 인기
입주비용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요즘엔 보증금을 아예 없앤 경우도 있지만 50만~400만원에 달하는 월 생활비는 적잖은 부담이다. 최현일 교수는 “생산능력이나 활동력이 있는 노인의 경우 도심지 실버타운이나 주거지를 선호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도심에서 거주하면서 사회와 접하고, 경제활동을 하는 노인들을 위한 도심형 실버타운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표적인 곳이 송도병원에서 운영하는 시니어스타워(서울, 강서, 분당, 가양)다. 98년 송도병원 본원 옆에 서울 최초로 문을 연 서울타워는 약수역과 3분 거리에 위치해 사회활동이 활발한 노년층에게 인기를 끌었다. 설립 후 채 1년도 되지 않아 전 가구(144가구)가 입주 완료했다. 삼성중공업(주가,차트)이 시공해 9월 입주 예정인 분당 금곡동의 노인복지주택 ‘더 헤리티지’는 임대분을 제외한 292가구를 100% 분양 완료하기도 했다.
금호건설이 시공한 도심형 실버타운 ‘더 클래식 500’도 주목받고 있다. ‘더 클래식 500’은 지상 50층 231실, 지상 40층 211실의 초고층 두 개동으로 설계된 184㎡ 규모의 대형 주택. 임대보증금 8억원에 관리비와 시설이용비가 매달 200만원 이상 들어가는 고가 주택을 표방했다.
하지만 대부분 입주 및 관리 비용이 만만찮아 일부 중상류층 노인들만 혜택을 받는 경우도 많다. 한태욱 대신증권(주가,차트) 부동산전문위원은 “선진(주가,차트)국처럼 정부 및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실버타운이 많아야 한다”며 “도심 재개발 사업을 진행할 때 실버타운 건립에 대한 다양한 혜택을 준다면 대중적이면서도 훌륭한 노후 주거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펜션 운영 등 귀농도 해볼 만
도심 실버타운 대신 귀농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때는 소일거리로 농사를 짓기도 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꾸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펜션, 민박 등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테마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도자기 만들기 체험 펜션이나 강변에서 수상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등의 테마를 정하는 게 좋다. 이런 기술을 연마하려면 최소 2~3년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 또한 펜션을 건축하려면 적당한 규모의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 신축비용과 도로, 지하수 등 토목공사비도 염두에 둬야 한다. 만약 외진 곳이라면 지하수 개발과 정화조 설비, 전신주, 전기시설도 예상비용에 넣자.
박병호 한국리츠에셋 이사는 “농가형 펜션 운영 등 ‘자연체험 생활형’은 조기 은퇴자가 뛰어들기 좋다”며 “잘 운영하면 은퇴 전 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고, 수익성이 낮아도 생활비를 절약한다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밝힌다.
이 밖에 전원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목적부터 분명히 정해야 한다. 단순하게 투자용으로 사는 것이라면 4대강 정비사업 등 여러 개발 계획을 보고 땅값이 많이 오를 수 있는 곳을 택해야 한다. 이때는 좋은 자연환경을 굳이 염두에 둘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전원주택용으로 구입한다면 살기 좋은지부터 따져보자. 교통 여건을 비롯해 의료, 편의시설 등과 가까운지가 중요하다. 김경래 OK시골 사장은 “전원생활을 위한 전원주택을 지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생활”이라며 “구입 목적을 분명히 정하고 거기에 맞는 부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밝힌다.
[인터뷰 - 도심 실버타운 입주한 최종수·손인화 부부]
■ 월 150만원이면 노후 걱정 없어요
“처음엔 사생활 보장도 안 되고 생활도 답답할 줄 알았는데 들어와보니 180도 생각이 달라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