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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노인 병수발하겠다는데..잘 될까

  • amargism
  • 2007-06-07
  • 조회수 5715
정부가 노인 병수발하겠다는데..잘 될까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제도 곳곳 허점
"서비스 질 장담 어려워..본인부담금 무거워 `그림의 떡` 될수도"
건강보험료 최고 7% 추가인상..2020년 재정안정 담보못해
입력 : 2007.06.07 16:41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내년 7월 시행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치매나 중풍으로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을 사회가 책임진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노인복지제도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노인요양시설 인프라와 인력 확충 문제 뿐 아니라 서비스 질에 대한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다, 15~20%의 본인부담금이 버거운 저소득층에는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어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또 국민들의 보험료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구체적인 재정 안정화 장치도 마련되지 않아, 설익은 제도로 국민 부담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노인 돌볼 인프라·인력 제대로 확충될까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을 위해 총 6만2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노인요양시설1543곳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요양시설은 815곳에 4만1000여명의 정원을 충족하는 데 그치고 있다. 목표대비 66%수준. 올해는 요양시설 1176곳, 수용인원 5만여명으로 확대해 80%를 충족하고 내년에는 100%를 달성한다는 게 복지부의 목표다.
 

현실은 복지부 계획대로 따라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요양시설 건설에 지방재정 부담이 있는데다 주민들이 기피시설로 인식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지역별로 편차는 더욱 크다. 노인요양시설 충족률은 서울이 37%에 그치고 부산과 대구도 50%대에 머무는 등 대도시의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도시 인근이 아닌 아예 농어촌 지역의 경우 민간 참여가 미미해 제대로 된 시설을 기대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재가 서비스를 제공할 인력 확충도 시급하다. 복지부는 기존 인력 1만4000명에 신규로 3만4000명을 투입해 내년까지 총 4만8000명을 양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년만에 충분한 교육을 받고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대거 배출할 수 있을지 의문의 목소리가 많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정부가 제도 시행에 맞춰 촉박하게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지만 인력기준이나 지역별 요양시설 분포 등을 봤을때 서비스 질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며 "요양시설이 아닌 재가서비스 기관 확충에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 요양시설 본인부담 월 40만원 넘어.."양극화 조장할수도"
 
노인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경우 시설 이용료에 대한 본인 부담금만 월 평균 20만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식비와 기저귀 등 보험 적용이 안되는 비급여 비용을 합치면 40만~50만원으로 뛰게 된다.
 
예를 들어 요양 1등급 판정을 받은 노인이 전문요양시설에 입소했을때 월 급여 122만 중 98만원은 보험에서 지원받고 본인 부담금은 24만5000원이 나온다. 식재료 등 비급여 항목 20만원을 합치면 월 44만5000원 가량을 본인이 지불해야한다.
 
정부와 보험에서 80%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월 40만~50만원은 특별한 소득이 없는 노인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또 요양시설을 장기적으로 이용해야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요양비를 조달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나마 기초수급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재산이 있더라도 유동화되지 못하는 경우나 보호자의 소득이 있지만 넉넉하지 못한 경우 등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노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 밖에 없다.
 
조 대표는 "시범사업의 사례를 살펴보면 장기요양보험 신청을 하고 등급 판정을 받아놓고도 막상 이용률은 떨어진다"며 "노인들이 본인 부담금을 낼 형편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칫 장기요양보험이 돈 있는 사람만 활용하는 제도가 되면서 오히려 노인의 삶의 질이 양극화되는 방향으로 가게 될 우려가 있다"며 "본인 부담이 버거워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부담을 늘려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강제성 보험료 반발 예상
 
한쪽에서는 국가의 부담이 확대돼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재정 안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 가입자라면 누구나 자동적으로 내야할 노인장기요양보험료는 당장 내년에 1인당 월 평균 2600원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내년 장기요양보험료율이 건강보험료액의 4.7%에서 2009년 4.8%, 2010년 5.3%, 2015년 5.7%로 점차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매년 6%안팎의 건강보험 인상률까지 합치면 국민들이 받아보는 건강보험 고지서에는 두자릿 수의 인상률이 찍히게 된다.
 
가뜩이나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데 노인장기요양보험료까지 더해지면 국민들의 보험료에 대한 저항은 불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보험 재정에 대한 안정성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기요양보험 수요에 대한 정확한 추계가 없는데다 우리나라 노인 증가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 게다가 65세 미만의 뇌혈관질환, 치매 등 환자가 늘고 있는 것도 고려해야할 요인이다.
 
◇ 선심용..日 개호보험 전철 밟을라
 
내년에 장기요양보험 지원에 필요한 보험료와 정부지원금은 각각 4477억원, 3071억원이며, 2010년에는 1조510억원, 4284억원으로 뛰게 된다. 2012년에는 소요 보험료와 정부지원액이 각각 1조2418억원 5067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손건익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전국 노인들을 대상으로 요양 등급을 조사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몇 명이 보험을 신청할 지 아무도 모른다"며 "제도 초기 2~3년은 재정이 불안정할 수 밖에 없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으로 접어드는 2020년까지는 보험 재정의 안정기조를 이어가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정 안정화의 구체적인 수단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더 걷어서 재정을 충당할 방침으로, 인상률이 연 7%는 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2020년 이후에는 그때가서 살펴봐야할 것"이라며 사실상 안정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음을 시인했다.
 
이와 관련해 조 대표는 "취지는 좋지만 미흡한 제도로 인해 사회적인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노인 유권자를 위해 선심성으로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만 신경을 쓴 것 같다"고 꼬집었다.
 
사회복지 현장 일각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지난 2000년 독일의 수발보험을 서둘러 벤치마킹했다가 숱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일본 개호보험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데일리 하수정 기자 hsj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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