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가짜 요양사로 둔갑시켜 1억원 불법으로 타낸 곳 등 신고 포상금 도입 후 1년간 32건 제보
“요양보호사도 없습니다. 어르신들에게 한 번도 서비스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장기요양 급여비를 청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국민건강보험공단 한 지사에 이런 제보가 접수됐다. 신고한 사람은 A씨(48). 자신이 근무하던 노인요양기관의 비리를 고발한 것이다. A씨는 “속임수와 부당한 방법을 일삼는 이들을 문책하고 올바른 길을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건보공단 조사 결과 그 시설은 동생·시누이 등 대표자의 가족과 친인척이 요양보호사로 둔갑했다. 대신 다른 사람의 요양보호사 자격증 10여 개를 돌려가며 그들이 서비스를 제공한 것처럼 건보공단에 비용을 청구했다. 그런 방법으로 1년 동안 1억원 이상을 건보공단에서 불법으로 타냈다. A씨에게는 1400만원의 신고 포상금이 지급됐다.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시행된 뒤 각종 불법·탈법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1등 공신은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 즉 내부 고발자들이다. 지난해 4월 신고포상금제가 도입된 뒤 38건의 고발이 들어왔다. 이 중 6건은 비리 사실이 확인돼 고발자들에게 약 30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20건은 조사가 진행 중이고 12건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내부 고발 덕분에 적발된 비리 금액은 2억5000여만원. 건보공단은 이 돈을 환수하는 한편 관련 시설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건보공단 신일호 부장은 “부정 행위가 은밀하게 이뤄지는 데다 일일이 현장을 확인하기 힘들어 적발하기 쉽지 않다”며 “누군가의 신고가 필요한데 여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 등 내부 종사자들”이라고 말했다.
동네의원과 노인요양시설이 합작한 비리 사건도 내부 고발로 드러났다. B씨(32)는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요양시설에 근무하면서 목격한 비리 사실을 신고했다. 그는 “의원과 복지시설(요양시설)이 혼합돼 있는데 (환자들이) 두 군데를 오가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조사 결과 한 건물에 의원과 단기보호시설(요양시설의 일종)이 들어 있는 것을 이용했다. 노인요양 환자를 의원에 입원시킨 뒤 요양시설이 서비스한 것처럼 꾸며 6500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이다. 또 무자격 중국 동포를 고용해놓고 요양보호사나 간호사가 근무한 것처럼 허위 신고한 사실도 적발됐다. B씨는 1162만원의 포상금을 탔다.
내부 고발자들은 요양시설이 환자에게 서비스 등급을 실제보다 높게 인정받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상태가 호전돼도 일지에 ‘특이사항 없음’으로 기재하는 등의 편법 행위도 신고했다. 이 같은 신고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 건보 재정 절감에 기여하게 된다.
건보공단은 내부 고발자가 신고한 요양시설의 부당·허위 청구금액이 1000만원을 넘으면 1000만원을 초과한 금액의 10%와 220만원을 지급한다. 최고 포상금은 20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