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동이 불편한 노인 댁을 직접 방문해 목욕이나 집안일을 도와주는 '요양보호사' A씨(49)는 최근 70대 노부부 집을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부인이 집에 있는 상황에서 남편 B씨는 A씨를 안방으로 데려가더니 서랍 속에서 현금 100만원을 꺼내며 "함께 모텔에 가자"고 막무가내로 졸라댔다.
"당신이 마음에 든다"며 치근덕대는 B씨를 겨우 무마시켰지만, 불쾌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A씨는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상담을 하면서 "요양서비스를 받는 노인들이 성희롱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며 하소연했다.
#2 요양보호사인C씨(54) 역시 몇 달 전 겪은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 70대 노인의 집에서 집안 청소를 해 주고 있는데, 느닷없이 노인이 C씨의 손을 붙잡고 쓰다듬었다. C씨는 "일 하는데 방해된다"며 타일렀지만 노인은 "손 좀 만지면 어떠냐"며 오히려 목청을 높였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노인요양재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들로부터 '허드렛일이나 하는 잡부' 정도로 대접받는 것도 모자라 상당수가 성희롱 피해까지 입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중앙가사간병센터가 6월부터 8월까지 여성 요양보호사 94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업무 중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318명(34.8%)에 달했다. 이들 중 성희롱을 당한 횟수가 2회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204명(21.6%)이었다.
노인요양재가서비스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 가입한 65세 이상 노인 중 거동이 다소 불편한 노인들의 집을 방문해 청소 취사 세탁 목욕 등의 가사를 돕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월 3~4만원만 내면 월 27~36시간의 가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요양기관의 난립으로 요양보호사들이 갈수록 많아지다 보니 일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성희롱 피해까지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해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실시하면서 일정 요건만 갖추고 신고를 하면 허가해줘 지난해 6월 1,857개이던 방문요양기관이 1년 만인 올해 6월 6,404개로 급증했고, 요양보호사도 7만 8,600명에 달하게 됐다. 요양보호사 1명이 담당하는 재가서비스 대상자가 1.4명 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이 때문에 요양보호사들은 한 사람의 이용자를 놓칠 경우 아예 일거리 자체를 잃어버리게 돼 부당한 대우를 견뎌내는 상황이다. 요양보호사 D씨(45)는 "세탁기가 있는데도 전기료가 아깝다고 손빨래를 하라는 등 파출부로 취급하는 것은 예사고, 비위에 거슬리면 요양기관에 전화해 자르겠다고 으름장을 놓기가 일쑤다"라며 "힘없는 우리가 참을 수밖에 없다"고 탄식했다.
양봉석 중앙가사간병교육센터장은 "정부의 복지 시장화 정책에 의해 결국 서비스 질이 낮아지고 요양보호사에 대한 처우도 형편없어졌다"며 "요양기관의 난립을 막기 위해 지정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지영 한국여성노동자회 조사연구부장은 "성희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등 수혜자 규제도 제도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